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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개정의 모든 것!/연대회의 입장과 자료

[논평 및 카드뉴스(2021.09.17.)] 비동의강간죄 입법안 세 번째 발의, 21대 국회는 멈춰 있는 형법의 시계를 움직여라!

by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021. 9. 27.

 

[논평 및 카드뉴스(2021.09.17.)]

비동의강간죄 입법안 세 번째 발의
21대 국회는 멈춰 있는 형법의 시계를 움직여라!


9월 15일, 21대 국회 세 번째 ‘비동의강간죄’ 입법안이 발의되었다. 소병철(대표발의), 권인숙, 김상희, 서영교, 신동근, 오영환, 이소영, 임호선, 정춘숙, 최혜영 의원은 형법개정안(의안번호 2112596)을 통해 형법 제297조(강간)와 제297조의2(유사강간)에 ➀항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➁항은 ‘폭행과 협박으로’를 두고, ➀항과 ➁항 사이에 법정형 차이를 두었다. 강간죄와 유사강간죄 ➀항에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행위 할 경우 처벌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제안하는 이유로 현행 형법과 판례는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까지 폭행‧협박이 이르러야 강간죄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더 큰 피해를 감수하게 함을 지적했다. 세계적인 추세,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권고 등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이번 세 번째 입법발의를 맞이하며, 68년간 멈춰 있는 형법상 ‘강간죄’ 개정을 21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미투운동 직후 20대 국회에서는 5개 정당이 ‘비동의강간죄’ 10개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당면한 과제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모두 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이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 되었다. 시민들은 21대 국회 후보자에게 16만번 이상 이메일을 발송하여 형법상 강간죄 개정 의지를 질문한 바 있다.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강간죄’ 개정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동의를 답하고 당선된 국회의원은 45명이였다. 45명의 국회의원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동의 ‘강간죄’ 개정에 대한 입장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의된 세 번째 강간죄 개정 법안은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 내용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의가 부재한 채 일어나는 성폭력 중 제일 빈번한 ‘준강간’도 그렇다.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비동의’ 성폭력 내에 술과 약물로 인한 상태를 포섭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재 형법은 술이나 약물로 명료한 의식과 자기 보호가 어려운 상태에 처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저지르는 성폭력을 ‘준강간’으로 별도 조항을 두고 별도의 특수한 유형처럼 다룬다. 술과 약물 상태에서의 성폭력이 너무나 쉽게 많이 일어남에도, 피해자는 고소도 생각하지 못하고, 고소한다 해도 불기소, 무죄 장벽이 너무 높다. 이번 개정안도 준강간을 강간/비동의강간죄 조항에 포섭하지 않고 별도 조항으로 유지한 채 ‘폭행 협박 강간죄’와 같은 처벌 수위를 유지한다. 준강간에 대한 인정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현행 조항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형법개정안, 류호정 의원 대표발의 형법개정안, 이제 세 번째로 나온 소병철 의원 대표발의 형법개정안을 법안 심사 논의하라. 이미 대다수의 시민들은 “상대방의 동의없이 성적인 행동을 하면 성폭력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이다. 그런데 왜 법은 여전히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해”, 그것도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해”를 성폭력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고수하는가. UN 인권이사회가 2021년 ‘강간’ 특별 보고서를 채택하고 비동의 강간죄 입법 가이드를 발행한 이유는 한국처럼 수없이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하고 시민들의 상식이 변화함에도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 국가, 정부, 입법부가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멈춰 있는 형법의 시계를 움직여라! 2018년 미투(#MeToo)운동을 거치면서 나의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용기가 되고, 뜨거운 불꽃을 일으켜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 목소리에 정치권은 당시에는 무수한 법안 발의 등으로 응답하는 듯 보였지만 20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응답의 태도는 사라졌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행보를 반복하지 마라. 강간죄 개정의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반드시 응답하라! “폭행 협박을 피해자에게 저항 정도로 입증하라” 요구해 온 시대를 이제 공식적으로 멈추자.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강간죄를 개정하자. 


2021. 9. 17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