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부소장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에 개소해서 현재까지 34년 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며 필요한 법과 제도, 정책을 제안하고 추동하고 감시해 온 여성인권운동단체입니다. 저희는 성폭력 피해자들 가까이에서 피해생존자들이 겪는 법 제도의 한계 그리고 사회문화적 인식의 문제점을 함께 보고 느끼며 체감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이 우리사회의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만든 20대 국회 당시 원내 5개 정당에서 10개의 형법상 강간죄 개정안이 입법 발의되었습니다. 하지만 임기 만료로 국회 문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2개 정당, 3개의 법안으로 발의되었습니다.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2대 국회에서 첫 번째 형법상 강간죄 개정 법안이 진보당 정혜경 의원님의 대표로 발의됩니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쓰는, 강간죄 개정 발의를 환영합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 되었던 법안들이 한국 국회에 발의된 첫번째 강간죄 개정안은 아닙니다. 우리사회는 아주 오래전 부터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법 상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해야한다는 국회 안팎의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형법상 강간죄 개정 발의는 2007년 17대 국회에 여성단체 활동가와 형법학자들이 모여 마련한 강간죄 개정안을 당시 여당이 발의한 안이 처음입니다. 성폭력을 동의없는 성적행동으로 규정하고 최협의의 폭행 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판단기준을 바꾸자는 제안은 이미 18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형법상 강간죄 개정은 한국 상황에 맞지 않는 생소한 법을 새로이 도입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1953년 제정되어 지난 72년간 '폭행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이 단 한번도 바뀐 적 없는 낡은 형법상 강간죄 체계를 현재에 맞게 재설계하자는 제안입니다.
한국은 1953년 형법상 정조에 관한죄를 두어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있어야지만 강간을 인정하는 강간죄의 유형력 모델을 채택해 왔습니다.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만 강간죄로 인정하는 현재의 법체계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성폭력 피해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폭력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간피해의 가장 많은 상황은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라 가해자의 강요(41.1%), 그리고 가해자의 속임(34.3%)이었습니다. 2022년 강간상담을 분석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결과에도 전체 강간피해 중 명시적인 폭행협박이 없는 경우가 62.5%에 해당했습니다. 10명 중에 6명은 폭행협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형법상 강간죄로 가해자를 처벌할수 없는 현실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형법상 강간죄,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편, 동시에 이미 많은 국민들은 동의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성폭력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강간죄 개정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강간죄개정연대회의>가 2023년 국민 1,3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를 기본요건으로 두고 가중처벌해야한다'는 답변이 1,293명으로,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해야한다는 응답이 96.1%에 달했습니다.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된 현재의 형법상 강간죄, 개정해야하지 않을까요.
이뿐이 아닙니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의사 여부로 강간죄를 개정하라는 국제인권협약에 따른 권고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1984년 비준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에 따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협약국으로서 한국정부는 4년에 한번씩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받습니다. 2018년 제8차 한국정부 심의와 2024년 제9차 한국정부 심의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동의여부로 강간죄를 개정하라는 최종견해를 제시했습니다. 한국이 1990년 비준한 유엔 자유권규약에 따른 2023년 제5차 한국정부 심의에서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강간을 폭행협박이 아닌 비동의여부로 정의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매번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법을 개정하고 정의하라는 국제인권협약에 따른 권고, 이제 강간죄 개정으로 이행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2025년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형법상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해달라는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형법상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해야한다는 국민동의청원 2건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이제 22대 국회가 일을 할 차례입니다. 더 이상 형법상 강간죄 개정 미루지 말고 강간죄 개정해서 역사에 기록되는 한국의 22번째 국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기자회견 개요]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처벌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3.8 여성의날을 앞두고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강화 3대 법안을 발의합니다. 기자회견에서는 법안의 주요 내용과 입법 취지를 밝히고, 특히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던 피해자 및 입법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의견을 모아 함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 일시 : 3월 5일(수) 오전 9시 40분
○ 장소 : 국회소통관
○ 주최 :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
○ 내용
사회 및 발의법안 내용 소개 : 정혜경 의원
발언1 : 22대 국회 비동의강간죄 입법의 필요성 /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발언2 : 나에게, 비동의강간죄가 필요한 이유 / ㅇㅇㅇ
발언3 : 우리에게 ‘비동의강간죄’가 필요한 이유 - 국민청원 당사자등
의 입법 의견 수렴 발표 / ㅇㅇㅇ
발언4 : 진보당이 성범죄 처벌 강화 입법에 나서겠다 /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 발의 법안
① 비동의 강간죄(형법 개정안)
② 성매매 알선, 광고 처벌 강화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개정안)
③ 전문직 성범죄자 처벌 강화법(의료법 개정안, 변호사법 개정안)
○ 문의 : 이하나 비서관
'‘강간죄’ 개정의 모든 것! > 연대회의 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토론회] 4/15(화) ‘강간죄’에서 ‘부동의성교죄’로 일본 형법 개정 의미와 한국의 과제 (0) | 2025.03.28 |
---|---|
(2025) 경향신문 공동기획 📝법안 폐기·도입 철회…한국은 72년 간 형법에 담지 못한 ‘동의 없으면 강간’ (0) | 2025.03.25 |
(2025) 경향신문 공동기획 📝일본 ‘부동의성교죄’ 도입 후 “성폭력 피해 신고·처벌 늘었다“ (0) | 2025.03.25 |
(2025) 경향신문 공동기획 📝성폭력 피해자, 경찰·검찰·법원 앞에서 무너졌다 (0) | 2025.03.25 |
(2025) 경향신문 공동기획 “성관계 동의 여부를 헷갈릴 정도면 친밀한 관계일 리가” (0)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