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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개정의 모든 것!/'강간죄' 개정 관련 언론 보도

(21.1.23) 저항 못할 ‘폭행·협박’ 없으면 강간죄가 아니라고?

by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025. 2. 10.

저항 못할 ‘폭행·협박’ 없으면 강간죄가 아니라고? (한겨레)

[토요판] 기획 강간죄를 묻는다 ②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980035.html

 

저항 못할 ‘폭행·협박’ 없으면 강간죄가 아니라고?

‘감자탕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9년 11월이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사건 피고인은 채팅 앱으로 처음 만난 여성과 식당에서 감자탕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 식사 뒤 피고인은

www.hani.co.kr

 

단이 바뀐 사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재판부의 판단이 상충하는 주된 쟁점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가’였다. 현행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간죄 판단 기준이 폭행·협박 여부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

 

특히 성폭력을 ‘정조에 관한 죄’로 봤던 과거에는 판단 기준을 ‘상대방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최대한 협소하게 해석했다. 이를 ‘최협의설’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법원은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성적 자유 침해의 죄’로 보고 있고, 이에 따라 판례도 점점 변화해왔다. 그러나 보수적 재판부나 경험이 적은 하급심일수록 여전히 최협의설에 따라 폭행·협박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죄에서 유죄로 바뀐 판결서를 살펴보면, 똑같은 사건에 대해 1심은 “폭행·협박을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힘)을 행사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폭행·협박으로 볼 것인지뿐 아니라 얼마나 강한 폭행·협박이어야 ‘상대방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고 인정할 것인지도 재판부마다 달랐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주고받은 (사생활이 담긴) 메시지를 에스엔에스(SNS)에 공개하겠다”며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오게 해 강간한 사건이 있었다. 1심은 피고인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하여 간음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협박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거부하지 못할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외포(몹시 두려워함)되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성격이나 평소 행실을 근거로 사생활 폭로 협박 정도로는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봤다. 가해자의 행위나 의도, 성폭력 상황과 과정보다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가,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는가’를 기준으로 폭행·협박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