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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개정의 모든 것!/'강간죄' 개정 관련 언론 보도

(21.2.6) 원치 않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간은 아니라는 모순

by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025. 2. 10.

원치 않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간은 아니라는 모순 (한겨레)

[토요판] 기획 강간죄를 묻는다 ③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982121.html

 

원치 않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간은 아니라는 모순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적 건강을 ‘성과 관련하여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성적 건강을 달성하려면 섹슈얼리티와 성적 관계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접근

www.hani.co.kr

 

성적 건강을 달성하기 위한 성적 권리는 아직 우리 사회에 생소한 개념이다. 그동안 성과 관련된 권리는 기껏해야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을 권리’ 수준에서 논의되었다. 이 같은 소극적인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의미를 담은 성적 권리가 이야기될 때에도 성적 권리는 대개 성적 욕구 충족의 요구와 동일시되곤 하였다. 이때 충족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되는 욕구는 이성애자 남성의 성적 욕구에 국한된다. ‘성을 구매할 권리’, ‘야동 볼 권리’ 같은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이런 종류의 ‘권리’ 주장에서는 성적 교류에 있어 상대방의 존재가 지워지거나, 인격체로서의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단지 대상물일 뿐이며, 권리는 성적 권리를 주장할 권력을 가진 주체만이 보유할 ‘자격’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적 권리는 상대방을 지워버린 채 자신의 욕구만을 내세우는 권력을 보호하려는 개념이 아니고, 소극적으로 성적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성적 권리 중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을 권리’의 근거로 제시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시기에 성적 교류를 할 권리를 포함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있는 성적 행동이라면 마땅히 상대방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다시 말하면, 성적 권리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그 사람의 자유로운 동의하에, 나와 그가 합의하는 방법으로, 나와 그가 원하는 시기에 성적 교류를 할 권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성적 권리는 어떠한 강요·폭력·차별도 없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성적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 자신의 몸과 욕구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이해하고, 긍정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성적 교류에서 이와 같은 성적 권리는 상대방에게도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성적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이해할 때, 성적 동의의 확인은 성적 교류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 법이 성폭력을 정의하는 방식은,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에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