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살되는 여성정책… ‘비동의 강간죄’ 검토 철회 전말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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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살되는 여성정책… ‘비동의 강간죄’ 검토 철회 전말
2023년 1월 26일, 여성가족부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 즉 비동의 강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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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기본법은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여가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라고 규정한다. 여가부 내부에선 2023~2027년 적용되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각종 의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이 시작됐다.
2022년 9~10월 여가부 내에서 1·2차 회의, 11월 3차 회의가 진행됐다. 의제 중 하나로 비동의 강간죄가 들어갔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항거불능)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최협의설)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강제로 이뤄지더라도 강한 수준의 폭행·협박이 입증되지 않으면 범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미투운동(#MeToo·나는 고발한다)이 전개되면서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강간죄 성립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2015~2017년 적용된 제1차 기본계획에도 이미 포함됐다.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8년부터 한국 정부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부부 강간 등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적행위를 포괄하는,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적행위를 강간으로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국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법무부는 비동의 강간죄로 개정하는 안에 대해 ‘수정의견’으로 “개정 검토”라고 기재했다. 법무부는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며 “성폭력 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족구성원 범위 개정에 대해서는 ‘삭제’, 온라인상의 성적 괴롭힘 표현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라는 표현을 썼다. 이와 달리 비동의 강간죄 부분엔 ‘개정 검토’, ‘종합적인 검토’라고만 돼 있다. 이에 여가부는 법무부 의견을 수용해 ‘개정’에서 ‘개정 검토’로 안을 바꿨다. 2022년 12월 여가부 내 4차 회의와 외부 공청회, 2023년 1월 초 여가부 실무위원회가 진행됐다.
당시 여가부 내부 회의에선 돌봄, 가족정책이 주된 논의대상이었다고 한다. 비동의 강간죄가 화두가 되진 않았다. 김 전 국장은 “여성폭력 담당인 권익정책국 쪽이나 장·차관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를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적은 없다”며 “대통령실에도 기본계획을 서너 번 서면보고했다”고 말했다.
1년여 과정을 거쳐 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 갑자기 비동의 강간죄 논란이 벌어졌다. 발표부터 철회까지의 9시간 동안 여가부 내 대책회의에선 ‘대통령실에서 자꾸 전화가 온다’, ‘대통령 공약이 무고죄 처벌 강화인데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통화로 협의했고, 상호 간 동의해 그런 의견(법 개정 계획이 없다)을 냈다”며 “한 장관의 입김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전 국장은 “부처 간 조율과 절차, 양성평등위원회 심의 결과를 무시한 법무부의 통보였다”며 “비동의 강간죄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지키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향후 5년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면 여가부가 왜 존재해야 하느냐, 추진도 아니고, 검토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2030 세대의 의식수준과 사회적 감수성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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