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26.9.26
“성폭력, ‘저항했나’ 아닌 ‘동의했나’를 봐야”…유럽인권재판관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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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폭력, ‘저항했나’ 아닌 ‘동의했나’를 봐야”…유럽인권재판관의 제언
“동의는 바로 그 순간, 구체적인 상황에서 성관계를 갖겠다는 자유로운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과거의 어떤 약속만으로 동의를 추정해서는 안 됩니다.” 바실카 산친 유럽인권재판소(ECHR)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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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는 바로 그 순간, 구체적인 상황에서 성관계를 갖겠다는 자유로운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과거의 어떤 약속만으로 동의를 추정해서는 안 됩니다.”
바실카 산친 유럽인권재판소(ECHR) 재판관이 최근 경향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산친 재판관은 국제법 교수 출신으로 유엔 자유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슬로베니아 몫 유럽인권재판소 재판관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는 성폭력·가정폭력에 관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와 사법적 접근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중략)
최근 판례는 피해자가 공포 때문에 몸이 얼어붙는 경우까지 고려하는 등 훨씬 폭넓게 상황을 본다. 지난해 프랑스의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에서 유럽인권재판소는 여러 유럽 국가가 강간을 물리력이나 위협이 아니라 ‘자유롭게 주어진 동의의 부재’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기존의 물리력 중심 기준으로는 피해자가 마비되거나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에 빠진 상태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같은 판단은 무조건 피해자의 말을 그대로 믿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산친 재판관은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했다는 직접 증거나 물리적 저항의 흔적이 없더라도 곧바로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시 두 사람 사이의 신뢰·권위·의존 관계, 피해자의 취약성이나 공포 상태 등 피해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주변 정황을 종합해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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